A Taste Of Life 충격의 채식 레스토랑

전부터 좋다는 입소문에 가보고싶었던 곳이었는데, 까닭없이 비갠 음식을 지겨워 하는 블로때문에 못가보고 있었다. 그런데 블로 친구가 거기서 먹고 극찬을 했다나. 얇은 귀를 팔랑이며 주소를 찾아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위치상은 실버레이크에 있는 곳이었는데, 어딘가 초라하고 소박해 보이는 플라자에 있는 것이었다. 플라자에 도착했는데 어디에도 간판을 찾아볼 수 없었고 계단에는 노숙자가 앉아서 술마시고 있었다. 우리..제대로 찾아온 거 맞아?;; 하며 약간 좌절하고 있는데 블로가 이층에 있는 간판을 발견. 간판은 작았고 글씨는 더욱 작았으며 조명같은건 없었다. 노숙자를 지나 2층으로 올라가서 가게로 들어갔다.




음.. 어딘가; 작고 소박한 가게인가보다. 일단은 위생등급도 A이고.. 비갠 레스토랑들이 보통 히피들이 많이 오니까 나름 개성을 가진 곳일거야. 하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들어갔는데


응?

응..? 뭐지 이 분위기는..? 식당 맞아? 싶을 정도로 릴랙스한 분위기였다. 음식점답지 않은 파란 벽은 그렇다 쳐도, 2인용테이블이 딱 3개 있었는데, 하나는 흑인 아줌마가 앉아 노트북으로 뭔가를 하고 있었고(나중에 음식도 먹었음) 다른 하나는 어떤커플이 앉아 먹고있었고, 다른 하나는 사람은 없는데 의자에 점퍼가 턱 걸쳐져 있었다. 한쪽에는 DVD가 틀어지고 있었는데 19금영화였던것 같다. 다들 열심히 보고 있었다..; 레스토랑이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사무실을 개조해서 만든 것 같은 느낌..; 그리고일하는 사람은 두명이었는데, 블링블링한 목걸이와 악세사리; 비니를 착용한 키 큰 흑인 아저씨와 작고 땅땅한 백인 아저씨였다. 그둘 사이에 어떤 접점도 없어 보이는 희한한 모양새가 신기했지만, 이때 화장실이 급해서 흑인 아저씨한테 화장실 어딨냐고 물어보자주머니에서 열쇠꾸러미를 주면서 '문열고 나가서 왼쪽'이라고 했다.. 푸..푸세식이다..! 레스토랑에서 문열고 나가라고 열쇠 주는화장실은 절대로 푸세식에 더러운 공중변소같은 곳이라고!!!
무서워서 블로와 같이 갔는데, 문열고 왼쪽으로 나가봤더니 달려라 하니의 옥탑방 출입문같이 생긴 게 두개 있었다; 어느 게화장실이지..? 써있지도 않고 똑같이 생긴 문 때문에 헷갈렸다. 두번째로 열어본 문이 화장실이었는데 ..더러웠다; 뭔가귀신나오게 생긴 화장실에(근데 위생검사할때 화장실은 안하나..? 내생각엔 화장실이 어차피 외부에 있고 더러우니 '화장실없소'하고 안보여줬을 듯....;) 변기 뚜껑도 닫혀있어서 열기가 더 무서웠다. 흑흑 다행히 휴지와 페이퍼타올은 있었지만 빛의속도로 해치우고 나왔다;

개우하게 메뉴를 보고있음. 메뉴가 중국집 전단지처럼 생겼다.. 우리는 디너셋트 15불짜리랑 작은 포테이토샐러드를 시켰다. 가격들이 은근히 비싼 편이었다..

처음에 나온 렌틸 수프. 콩을 갈아서 만든 스프에 버섯과 당근이 들어있었는데 굉장히 맛있어서 놀랐다!! 둘이 맛있다고 놀라면서 푹푹 떠먹었더니 금세 없어졌다.



비주얼은 좀 그럴 지 몰라도..


포테이토 샐러드. 여기 이게 맛있다고 해서 시켜봤는데.. 난 포테이토 샐러드가 뭔지 알고, 먹어본 적도 많은데 왜 이런 걸 상상했던 걸까;

이게 바로 디너 셋트..!; 빨간 것부터 라자니아, 마카로니 앤 치즈, 블랙 아이드 피스, 케일이다. 오른쪽에는 콘브레드. 저네가지 그릇이 언뜻 보기에 한국음식같아서 놀랬다. 특히 저 케일은 그냥 한국 나물같아.. 여기 맥앤치즈가 유명하다고 하던데우리가 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느낌이었다. 맛있었던 건 저 케일과 콩! 케일은 맛조차도 한국 나물스러운 느낌이었는데 더 부드러워서먹기도 편했다. 라자니아는 나보다 블로가 좋아했다. 안에 뭘 넣은건진 모르겠지만 걸쭉한 토마토 소스가 풍부해서 맛있었다. 저옆에 초라하게 자리한 콘브레드도 의외로 아주 맛있다. 뭐 이런 초라한 빵이 다 있담 생각했는데 달달하고 고소한 게 저 4가지요리들과 잘 어울렸다. 양도 언뜻 적어보이지만 둘이 다 못먹고 남겼다..

서비스로 나온 초콜릿 케익. 쓰러져 있어서 윗부분이 안보이지만 똥이 아닙니다. 맛있었어요. 초콜릿 부분이 좀더 많았으면 좋았을텐데싶었다. 이것 말고도 진저 크랜베리, 진저 코코넛 쥬스도 맛보라고 갖다줘서 마셨다. 여기 일하던 흑인 아저씨가 사실은 굉장히스윗스윗한 사람인 것 같았다. 영국에서 왔다는데 (블로 말로는 영국 발음은 아니라지만)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있다나? 그러면서블로와 환담을.. 나도 환담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잘 못알아 들어서 웃음으로 커버했다.ㅜㅜ 영국에서는 여왕에게는 악수를 청하지않는게 예의라고 하면서 블로하고만 악수를 나누던 그 아저씨. 식당에서 일하는데 블링블링한 악세사리를 달고 비니를 쓰고 청바지에점퍼 차림으로 있던게 어딘가 낯설었다. 나중에 들어온 파트타임 캐셔 아저씨는 헤드폰을 목에 끼고 있었다능..; 아무튼 어딘가수상하고 낯선 느낌의 가게지만 알고보면 사람들은 다 친절하고 다정하고 이웃처럼 대해주는 곳이었다. 게다가 음식도 맛있고.사람들은 끊임없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면서 음식을 싸가는 게 근처에서 유명한 곳인것 같았다. 우리 옆 테이블에 앉았던 사람들과도화기애애하게 얘기도 하고 서로 이름도 말하고. 다먹고 나가는데 내 이름의 발음이 **였는지 *&였는지 다시금 확인하며반갑다고 했던 청년이 인상깊었다. 한번 보고 말 사람인데 내 이름이 **이든 *&이든 알게 뭐야..라는게 내 생각이었는데그 청년의 사려깊음-_-에 감동했습니다..

처음에 약간 놀랐지만; 알고보면 또 오고 싶은 가게였다. 아 숙제가 많아서 이제서야 포스팅..

덧글

  • 사상 2009/02/28 19:21 # 삭제

    맛은 잘 모르겠는데
    비쥬얼 적으로 상당이 압박이 심한 가게네요 ㅇ>-<
  • 풋디싸 2009/03/01 15:11 #

    그렇죠; 저도 처음에 내부와 화장실때문에 당황했어요..; 그런데도 사람들이 계속 오는거 보면 괜찮은 곳인것 같아요. 음식도 맛있구요
  • 올라 2009/02/28 19:54 #

    왠지 느낌이 그런 가게같아요, 뭔가 주인과 손님이 친구처럼 되어서 찾아오면 '항상 먹던 그거?' 하고 눈치로 좀 알아맞추는, 시시콜콜한 얘기도 좀 하고 가끔은 외상도 괜찮고

    이런가게 있으면 좋아요 ㅠㅠㅠ
  • 풋디싸 2009/03/01 15:12 #

    정말 그런 느낌이었어요. 주인하고 손님이 친구처럼 막 얘기하고..가게가 무지 좁아서 그런 것도 있으려나요; 아 왠지 거기 외상도 될것 같네요 ㅎㅎ 한국에서 고등학교 다닐때 맨날 가던 커피가게가 있었는데 매일 가다보니 주인언니랑도 좀 친해지더라구요:)
  • 섹시미롹양 2009/02/28 20:24 #

    미국에도 푸세식이 있나요 ㅎㄷㄷㄷㄷ

    음식은 완전 남부 흑인스타일이네요~ 맥앤치즈하며.. 케일에.. 콩에..
    채식이라 몸에는 좋을지 몰라도 음식 자체가 몸에 별로라 절망 OTL
  • 풋디싸 2009/03/01 15:13 #

    없지않을까요 ㅎㅎ 그냥 느낌이 푸세식이었어요..;;

    비갠 소울푸드 레스토랑이라고 하더군요. 케일에 콩이 남부요리였군요! 몰랐어요. 채식도 여러 종류가 있으니까요.. 남편 친구중 한명은 무지 뚱뚱한데 베지테리언이에요..;
  • 어린이 2009/02/28 21:27 #

    밸리타고 왔어요. 분위기 재미있네요ㅋㅋ 왠지 피시방에서 짜장면 시켜먹는 분위기인데 ㅋㅋㅋ 그래도 맛있다니 먹어보고 싶어요 ㅎㅎ
  • 풋디싸 2009/03/01 15:14 #

    맞아요 정말 피시방에서 중국음식 시켜먹는 분위기였어요/ㅁ/ 흐흐 그래도 저기 케일하고 포테토샐러드는 정말 맛있어서 가게되면 또 먹을거에용. 가면 왠지 알아보고 말 걸어올것 같아요~
  • AyakO 2009/02/28 21:44 #

    그러게 비갠 음식점이라고 해서 무슨 건강식이 나오나 했더니 고기는 안 들어있을지 몰라도(..계란은 들어갔을 것 같은데) 건강식이라곤 못 할 메뉴들이군;
    맥앤치즈가 뭔가했더니 마카로니앤치즈였군...
  • 풋디싸 2009/03/01 15:17 #

    비갠은 계란과 우유도 안쓸걸 아마. 모든 채식 음식이 저칼로리는 아니지;; 치즈 피자같은 것도 비갠은 아니지만 채식주의자들이 먹기도 하니까; 고기가 안 든 만큼 치즈 팍팍 써서 왠지 더 살찔 것 같아..; 고기만 안썼다 뿐이지 요리방법은 똑같으니..
  • 네이디 2009/02/28 23:15 #

    재미있는 가게네요 ㅎㅎ
    우리집 근처엔 저런데 없나? ㅋ
  • 풋디싸 2009/03/01 15:18 #

    왠지 한국 동네에도 이런 곳이 있을 것 같은데 말이에요/ㅁ/ 넉살 좋은 아줌마가 하는 분식집이라든가요..ㅎㅎ
  • SADI妲己 2009/03/01 05:52 #

    신기한 곳이네요;ㅎ
    정말 가보고 싶어요.
    겉모습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의외의 맛이 있어 즐거움도 두배 평가도 두배가 되는 곳인듯^^
  • 풋디싸 2009/03/01 15:19 #

    원래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쓰러져가는 외관의 집이 의외로 맛있고 인기있는 경우가 종종 있잖아요. 미국에서 그런 경우를 처음 본지라 놀랬어요.ㅎㅎ 그래도 그 갭 때문에 맛있는 요리가 나오면 더 호감이 가는것 같아요
  • 유클리드시아 2009/03/01 07:45 #

    비주얼과 달리.. 맛있다니.. ㅎㅎㅎ 보기도 좋은 떡이 덕기도 좋다는 말은 옛말이군요
  • 풋디싸 2009/03/01 15:20 #

    역시 비주얼 좀 그렇지요/ㅁ/ 소박한 가정식 느낌이었어요. 그치만 15불은 좀 비싸게 느껴지긴 했습니다. 타이식 비갠 레스토랑들은 그리 비싸지 않거든요.;;
  • PJstar 2009/03/01 23:45 # 삭제

    니 얼굴 오랜만에 보는 느낌..첫만남이 떠오르는건 청자켓덕분인가??
  • 풋디싸 2009/03/02 10:54 #

    우리첫만남! 유학생파티맞지? 난 언니 줄무늬 자켓생각난다 연한 회색인가 연보라색인가.. 언니 이뻤어 그때도! ㅎㅎ
  • 무아 2009/03/11 03:58 #

    전 집에서 혼자 해 먹을 때 고기를 잘 사용하지 않는 편이라
    (조리도 신경써야 하고 설겆이도 신경쓰는 것이 귀찮아;;)
    외식할 때는 고기가 들어간 것으로 고르게 되는 것 같아요.

    근데 저 음식들 은근히 헤비해 보이네요
    다이어트=채식,,이랑은 전혀 딴세상 얘기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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